♣=취미 이야기=♣/지금 독서중!

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=>이외수 지음

더카나(더날카로운나) 2016. 12. 5. 15:33

 

엽서를 태우다가

 

지난 밤 그대에게 보내려고 써 둔 엽서

아침에 다시 보니

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

성냥불을 붙였다

끝까지 타지 않고 남은 글자들

 

 

 

 

 

날마다 하늘이 열리나니

 

팔이 안으로만 굽는다 하여

어찌 등 뒤에 있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

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

 

 

 

 

장대

 

오로지 그리움 하나때문에 사시사철 이런 몰골로 서있습니다

 

 

 

 

빨래줄

 

왜 당신의 마음은 세탁해서 널어놓지 않나요

 

 

 

 

 

금상첨화

 

겨우내 어깨뼈 갈라지는

오십견통

나이들면

봄 한번 기다리기

이토록 어려운 줄

나는 몰랐네

그러나 서러울 일

하나도 없네

늙으면

햇볕 잘 드는 토담 밑

옷 벗어

이나 방생하면서 살면 족하지

곁에서 아내까지 졸고 있다면

금상첨화지

 

 

 

팔자소관

 

해마다 다른 새 둥지에 알 버리고 등성이 하나

넘을 때마다 처연하게 울어대는 뻐꾸기 산천초목

모두가 팔자소관 이해하고 같이 살아갑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