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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노모의 푸념 -삼막사에서

더카나(더날카로운나) 2011. 12. 12. 23:37

어느 노모의 푸념

 

 

자아 ~ 여보시오...

돈 있다 위세치 말고, 공부 많이 했다고 잘난 척 하지 말고,

건강하다고 자랑치 말며, 명예가 있어도 뽐내지 마소.

다 ~ 소용없더이다.

 

나이 들고 병들어 누우니 잘 난 자나, 못난 자나 너 나 없이

남의 손 빌려 하루를 살더이다.

그래도 살아 있어 남의 손에 끼니를 이어가며

똥, 오줌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구려.

 

당당하던 그 기세. 그 모습이 허망하고 허망 하구려.

내 형제 내식구가 최고인 양 남을 업신여기지 마시구려.

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 식구 아닌 바로 구 남이

어쩌면 이토록 고맙지 않소.

웃는 얼굴로 따뜻한 미소 지으며 날 이렇케 돌봐 주더이다.

 

아들 낳으면 일촌이요,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 되고,

대학가면 사촌이 되고, 군대 가면 손님이요,

군대 다녀오면 팔촌 이더이다. 장가가면 사돈되고,

애 낳으면 내나라 동포요, 이민 가니 해외동포 되더이다.

 

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고, 딸만 둘이면 은메달인데

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이 되고,

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 하더이다.

 

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되고,

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요,

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구려.

 

자식은 모두 출가 시켜 놓으니

아들은 큰 도둑이요, 며느리는 좀 도둑이요,

딸은 예쁜 도둑이더이다.

 

그리고 며느리를 딸로 착각치 말고,

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일 마시오.

인생 다 끝나가는 이 노모의 푸념이 한스러울 뿐이구려.